누비장 김해자님(퀼트 아티스트 김해자님) Quilting artist Kim Haeja

 ▲ 코리아 소사이어티 전시장 입구. 무형문화재 107 호 누비장 김해자 님의 포스터 이미지


▲ 오방색을 기준으로 해서 만든 색동은 아름답기도 하지만 조상의 지혜로움이 담뿍 담겨있음. 
단순한 저고리라기보다는 예복으로 보임.


 ▲ 색동저고리 소매 부분. 천연염색의 아름다움이 잔잔하게 전해옴.
한땀 한땀 정성스레 누빈 마음이 고스란히 담김


 ▲ 갓난아기와 10세 미만의 아동들의 옷이 여아, 남아 구별해서 잘 배열되어 있음. 
맨 앞쪽의 치마 같기도 하고 바지 같기도 한것은 단속곳이라 불리는 속옷에 해당됨. 


절에는 노스님 한분이 계셨는데 뵐 때 마다 헤진 두루마기 누비를 늘 입고 계셨다. 
먹물로 염색된 것으로 보이는 그 겉옷은 헐어질 때 마다 
덧 대고 덧 댄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배어 있었다. 
누비라기보다는 누더기라고 해야 될 정도였지만 
두루마기 구석구석엔 여름날의 소나기가 내릴 것 같은 짙은 먹구름 같은 
먹물이 앉았는가 하면 한 쪽은 막막한 파리의 음울한 잿빛 하늘도 보였다.

그뿐만이 아니다. 성글게 누벼진 그 옷엔 실밥도 튀어나와 있었고 
닳아 엷어진 부분을 말도 안되는 검은 벨벳 천을 덧대어져 있었으며 
툭툭한 바느질 솜씨가 적나라하게 보였다. 

그럼에도 불구하고 황당하기까지 했던 그 부조화(不調和)가 
어느 잠자리 날개 옷보다 무게감 있고 중후(重厚)해 보였다. 
아름답다기보다는 세월의 더께가 골고루 얹혀진 
그 옷엔 옷 이상의 역사와 내력 그리고 내공이 운치(韻致)있게 드러나 있었다.

“스님 제가 새 옷을 마련해드릴테니 
저 오래된 두루마기를 그만 입으시고 저 주십시요” 라고 
청을 연거푸 드렸었다. 
속 모르는 이가 봤으면 불심 깊은 불자가 성불에 여념이 없으신 스님을 위하여 
옷보시라고 하겠다는 양으로 그리 비쳐졌을지도 모르겠다. 
스님은 그때마다 까닭없이 보살에게 새 옷을 받을 이유도 없거니와 
긴 세월 내리입어 한 몸처럼 느껴지는 옷을 
벗을 생각이 없으시다며 한사코 거절하셨다.

“옷이 너무 멋있어서 갖고 싶어서 그럽니다” 라고 말씀을 드렸다. 
솔직히 이실직고(以實直告) 하면 상 받듯이 ‘옛다’ 라며 
던져주실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다. 
그러나 스님은 “젊은 보살이 뭐할라꼬 
다 늙은 중이 입던 헌 옷을 달라 카노? 일 없다” 하셨다. 
그렇게까지 면박을 당하고 나니 더 조를 여지도 없고 염치도 없어서 결국 포기해야 했다.


 ▲ 여러가지의 천연 염색된 조각천들의 어우러짐 속에 한 땀 한 땀으로 뜬 누비의 맛이 오목볼록 살아있음.


그 뒤로도 누비 두루마기에 대한 미련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. 
엄마는 시집만 가면 “어디, 누비 두루마기 뿐이겠냐” 며 결혼을 독려하셨지만 
혼인과는 별개로 그 뭉툭한 두루마기를 
어떻게 하면 입을 수 있을까 궁리하기에 이르렀다. 

승복만을 전문으로 만든다는 
인사동의 옷집까지 물어물어 찾아갔고 누비옷을 맞췄다. 
대신, 내 상황을 고려해서 회색을 피해 짙은 겨자색으로 만들었다.

하지만 난리법석을 떨어 장만했던 거금의 두루마기는 거의 입게 되지 않았다. 
무겁기는 왜 그리 무겁고, 투박하며, 
바느질 고름은 얼마나 엉망으로 달았던지 
고름을 매는 것이 내키지 않으니 
저절로 입어지지도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.

대신, 누비로 된 이불은 어려서 오래도록 덮고 살았던 기억이 있다. 
남의 집엔 곱고 풍성한 밍크 이불들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었음에도 
우리집엔 명주로 만든 2대는 걸쳐 씀직한 헌 누비 이불들이 많았다.

얼마나 오래 덮었는지 닳아서 날실과 씨실이 닳아서 서로 엮이지 않고 성근것이 
참 빗 같기도 하고 살을 발라낸 생선 가시마냥 앙상한 형태만을 유지하고 있었으며 
사이사이 오래 쓴 목화솜이 그렇듯이 무던히 단단해진 속살을 내비치곤 했다. 
비록 낡은 누비 이불이었지만 거기엔 6남매가 자란
 이야기와 옛 추억이 있었던 것 같다.


 ▲ 돌잡이가 잡을 수 있도록 만든 돌 상 차림. 
장수 상징하는 실타래, 학업을 뜻하는 붓, 부를 상징하는 엽전, 무예를 뜻하는 활 등이 놓여있음. 
이색적으로 줄 자도 놓여있어 눈길을 끔. 줄 자는 무엇을 비는 의미로 놓였을까? 


▲ 궁궐의 아기씨들이 입는 금박입힌 당의들도 보임. 


▲ 단순한 모양의 배냇 저고리 들. 전통 누비옷의 백미는 간결함, 단순함, 단아함? 
겨드랑이에서 소매에 이르는 배래에서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선의 흐름을 볼 수 있음. 


▲ 3mm 간격으로 누벼진 잔(세)누비 아동 버선.


▲ 미국의 퀼트와 비교해서 한국의 누비 전시를 관심있게 보러 왔다는 피터슨 씨가 
여아의 누비 당의를 관람하고 있음. 


▲ 코리아 소사이어티 전시장이 포스터와 이웃해서 보이고 있음. 


▲ 조선시대 덕혜옹주(고종의 막내딸)가 입었던 당시의 의복을 재현해 놓았음. 
연한 쑥 빛이 흐르는 누비 당의에 붉은 누비 치마를 입은 어린 옹주가 
금방이라도 사뿐 걸어 나올것 같은 느낌을 줌.


▲ 두루 주머니까지 고루 갖춘 사내아이의 누비. 
홍화씨로 물들인 너른바지의 붉은 색이 멋스러울 뿐 아니라 
입체감 있게 전시되어 큐레이터의 섬세한 기획 의도가 돋보임. 
사내아이가 금방 벽에서 튀어나올것 같은 느낌을 실감나게 표현하고 있음. 



벽산해법수학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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